공기청정기,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 위험성 크다
공기청정기,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 위험성 크다
  • 성백진 기자
  • 승인 2020.05.10 15:0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길병원 예비실험 결과 논문 발표…바이러스, 배출 상승기류 타고 폭넓게 퍼질 수 있어

-공기청정기, 난방기, 공조설비 등 코로나19 영향 규명 필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책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공기청정기가 오히려 코로나19 바이러스를 공기 중으로 확산시키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가천대 길병원 직업환경의학과 함승헌 교수팀은 이런 내용의 연구논문을 한국역학회가 발행하는 국제학술지(Epidemiology and Health) 최신호에 ‘Prevention of exposure and dispersion of COVID-19 using air purifiers: challenges and concerns’라는 제목으로 최근 발표했다.

논문에 따르면, 공기청정기는 대부분 오염물질이 포함된 공기를 기계 아래쪽에서 빨아들여 필터를 거친 후 정화된 공기를 배출하는 방식이다. 이때 정화된 공기는 가급적이면 멀리 보내져야 하므로 흡입구보다 배출구의 풍속이 더 강하고, 상대적으로 배출구 주변에는 강한 기류가 형성된다.

따라서 공기청정기가 사무실 책상 위가 아닌 바닥에 설치된다고 가정한다면, 배출구 주변에서 기침하거나 비말이 발생한 경우 상승기류를 타고 사무실 전체에 폭넓게 퍼질 수 있다는 게 연구팀의 추론이다.

연구팀은 이 같은 분석의 근거로 자체적으로 예비실험한 결과를 제시했다.

이 실험에서는 바닥으로부터 각각 8㎝, 16㎝, 24㎝ 등의 높이에서 인공적으로 비말을 발생시킨 후 공기청정기를 작동시켰을 때 비말의 이동 방향을 관찰했다. 이 결과, 가습기 배출구와 가장 가까운 24㎝ 높이에서 생긴 비말이 배출구 쪽으로의 이동성이 가장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바닥 높이에서 (A) 바닥 높이, (B) 8cm, (C) 16cm,  (D) 24cm 높이의 시각화된 공기 흐름의 파일럿 실험 결과
바닥 높이에서 (A) 바닥 높이, (B) 8cm, (C) 16cm, (D) 24cm 높이의 시각화된 공기 흐름의 파일럿 실험 결과

연구팀은 이런 실험 결과로 미뤄 코로나19의 경우 공기청정기를 설치함으로써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많을 것으로 진단했다. 특히 콜센터처럼 밀집된 환경에서는 공기청정기가 코로나19를 예방하는 데 바람직하지 않은 선택이 될 수 있다는 게 연구팀의 판단이다.

연구팀은 이와 함께 공기청정기가 자칫 무증상 감염자에 의한 2차 감염 위험을 높일 수 있다고도 경고했다.

함승헌 교수는 "자신이 무증상 감염자인지조차 알지 못하는 경우에는 사무실의 공기청정기 주변에서 기침이나 대화하는 것만으로도 집단감염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고 지적하면서 "예비실험 결과이지만, 미지의 위해성을 미리 차단하는 '사전예방주의' 원칙에 따라 코로나19와 관한 한 밀집장소에서의 공기청정기 사용은 재평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함 교수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비말 등에 혼합된 채로 바닥에 떨어져 공기청정기의 흡입기 내 필터를 거친다고 할지라도 바이러스를 제대로 걸러낼 수 없어 감염확산 위험은 크게 줄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이에 대해서 정부도 연구팀과 같은 입장을 발표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운영하는 사이트인 ‘행복드림’ 코로나19 팩트체크 코너에서는 코로나19 바이러스를 거르는 공기청정기 기술이 공식적으로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또 한국소비자원과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달 코로나19 바이러스를 공기청정기로 막을 수 있다는 식으로 과장한 53개 광고(45개 사업자)를 적발하기도 했다.

함 교수는 모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는 지금까지 알려진 바이러스와 크게 달라 전문가들조차 아직 모르는 게 많다"면서 "향후 공기청정기 필터의 효과성과 효율성의 문제는 물론 난방기나 공기조화설비를 통한 감염 우려 등에 대해서도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공기청정기는 희석환기 방법이 적용된다. 입자상물질(미세먼지 등)이나 가스상물질(휘발성 유기화합물 등)을 희석하면서 공기 중 유해물질의 농도를 낮추는 방법이다. 희석환기의 조건은 독성이 낮고, 발생량이 적고, 가스상 물질인 경우 효과적이다. 시간에 따라 균일하게 발생하는 물질일 때, 국소배기장치의 설치가 어려울 때 활용할 수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